예술가로 사는 날의 기록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별 이상한 아이 2021. 2. 7. 22:09

 

화양연화와 해피투게더를 연달아 보고나니 사랑하고 싶어졌다.
열렬히 사랑한다는게 뭘까. 내가 알 수 있을까. 애초에 와락 사랑에 빠지는 게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
겁이 많아서 어떤 대상, 분야, 사람에게 나를 내 던질만큼 풍덩 빠지기가 어렵다.
어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에 대해서, 언제나 어색하고 머쓱하게 느껴졌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인색했던 것 같다.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가 어렵다.
사랑에 빠지면 나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직감했기 때문에 회피 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 바보같은 행동을 하고 조금 망가지는다고 해서,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겁냈을까?
사랑하는 대상은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 같은 대상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같은 존재가 아니다.
야식으로 먹고싶었던 라면과 꾹 참고 아침에 먹는 라면이 같은 맛이 아닌 것처럼.
나는 나의 온 마음을 다 하는 사랑을 하게 되면 나를 잃어버리게 될까봐 두려웠었다.
사랑 또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소모적이고 값어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 사랑을 하찮은 것으로 여긴 결과, 나를 잃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다.
나의 마음을 다 내어주는 사랑에 빠져서 닥쳐올 위험이 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늦은 저녁에 라면을 먹은 정도의 후회일지도 모른다.
갖고 있어야 아르헨티나 이과수 폭포에라도 버리고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