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3

선생님, 다음 주는 상담 안 갈래요

금요일이었던 어제는 무리해서 연차를 썼다. 목요일 저녁 6시, 퇴근시간에 사무실에 앉아 고민을 했다. 야근을 할까 금요일에 쓰려고 했던 연차를 반차만 쓸까. 사실 일이 많은 상황이여서 칼퇴 + 하루 연차는 가능한 선택지에 없었다. 금요일에 반차만 쓰려고 와도 일하다보면 분명 오후에 퇴근을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같이 야근하고 내일 푹 쉬라는 동료의 꼬드김에 목요일 저녁 9시가 넘는 시간까지 야근을 했다. 하지만 당연히 일은 다 안 끝나 있었고, 늦잠을 자고 일어난 금요일 오후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연거푸 2잔을 마시고 기획안을 썼다. 더 이상 미루면 큰일 난다! 는 마음으로 썼다. 집안일이 발에 채이는 집에서 탈출해서 카페에 가느라 밥을 잘 안챙겨 먹고 카페인과 빵만 먹어서였는지, 집에 와서 잠이 ..

일상의 글 2021.05.29

눈물을 말릴 시간이 필요해

오늘은 몇 주만에 상담에서 많이 울었다. 지겹고, 재미없고, 가기 싫은 몇 주간의 상담을 지나 만나게 된 시간이다. 상담을 받으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약하고 힘이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상담은 언제나 나의 약함을 알아가고 인정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나는 다른 사람의 애정을 원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다. 인정하기 싫었던 것들을 인정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언제나 독립적이고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렇게 믿으려 노력해왔던 것 같다. ‘난 혼자서도 잘 하는 사람이야’라는 나의 생각에 맞게 행동하려고 애써왔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진짜 강한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개그맨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놀리는 상황을 개그..

일상의 글 2021.04.18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내일은 아주 오랜만에 상담을 가는 날이다. 작년 4월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 결심하는 것이 많이 어렵지는 않았다. 당시의 내가 너무 힘들었기 힘들었으니까. 살면서 가장 힘들었기 때문에 상담을 받은 건 아니다. 그 때의 나에게 상담이 필요했고, 내가 상담을 시작할 수 있는 조금의 힘이 남아있었다. 다행히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아주 조금의 돈도 있었고. 인간 수명 중 내가 살았던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살면서 가장 힘든 날은 언제나 더 어릴 때,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 때가 좋을 때야' 라고 말하는 때였다. 더 어리고, 더 경험한 것이 적었기 때문에 그 고통을 어떻게 다뤄야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스스로 상황을 해결할 수 없는 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 대부분 인간이 놓인 상황이란게 스스로 해결..

일상의 글 202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