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2

추락하는 글쓰기

글을 쓰러 들어왔다가 24년 2월 11일에 쓴 글이였다. 지금과 같이 새벽 2시였고, 지금과 같이 설연휴였다. 오빠를 만나고 엄마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음, 아빠를 떠올리게 되어 잠을 못자고 울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2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점은 정신과약 덕분에 마음과 같이 어질러진 집을 벗어날 수 있었으며, 동거인이 생겼다는 점이다.변하지 않은 점은 내가 아빠에 대한 생각으로 인해 새벽 2시에 고통을 밀어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 상담에서 한 말과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뭐가 더 나에게 좋을지 고민 중이야. 라고 말했다가, 금방 '좋은 것은 없어. 고통스러운 것들 뿐이지.'라고 고쳐 말했다. 고통을 끌어안고 살기에 삶은 너무 짧다. 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고 싶었다...

일상의 글 2026.02.16

우울에 잡아먹힐 것 같은 불안에는 관대한 너그러움이 필요하다.

새벽 2시다. 익숙한 시간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우울에 잡아먹힐 것 같은 불안이다. 나는 종종 ‘무기력 해‘ 라고 말하기도 하고 ’에너지가 없어‘ 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있을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병원 진료를 다니기 전까지 마음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우울이다. 우울증인지, 주요우울장애인지, 만성우울인지 급성우울인지 그런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어질러진 집 안에서, 햄스터우리에 갇힌 인간이 된 기분이다. 매일 맞이하는 새벽 2시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어제는 설날이었고, 나를 만나러 찾아온 오빠를 만났으며, 우리의 구질 구질 했던 시절에 대해 자조섞인 이야기들과 엄마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는 세배는 안했지만 세뱃돈이라며 엄마가 준 ..

일상의 글 2024.02.11

쓰기

아주 오랜시간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것을 해서 피곤하다고 느낄만큼 바빴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만큼 무기력했다. '무기력'이라는 단어를 쓰고서 생각했다. 가끔 어떤 단어는 설명이라기보다는 확언에 찬 규정같아서 사용하기가 어렵다. 지난 날의 지나간 마음들이 그랬다.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워서 그냥 끙 앓으며 지냈던 날들. '서른 살에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는 서른이 되기 전 어느날에 결심했다. 지난해(2023년)에 진짜 서른살이 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다시 29살 생일파티를 하게 되었고, 올해의 나는 서른살인지 서른 한 살인지 모르겠다. 2월에 사이판 여행을 다녀왔다. 2월에 전 직장에 대한 글을 썼고, 동네에서 소소하게 이슈가 되었다. 3월에 3.8 세계여성의 날에 공연을 했다...

일상의 글 2024.01.06

다정한 편지

To. 삶의 기술은 사랑과 용기라는 것을 알려준 친구들에게 일상의 고통과 삶의 우연한 불행들을 지나는 순간에 나를 지탱해 준 것은 나의 친구들이다. 스무살의 나는 불안했고 두려움이 많았고, 사람 사이에서 잘 살아내보려 애를 쓰고 있었다. 일상의 고통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다. 나의 불행은 나의 치부가 되어 내 안에만 숨겨두었다. 우울과 무기력을 나의 친구 삼으며 나이를 먹어왔던 것 같다. 삶의 작은 순간들을 의미있게 여기는 법도 친구에게 배웠다. 살아있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들에도 친구와 함께 있었다. 내가 맞는지 확신이 없는 순간에 무조건적인 나의 편이 되어 용기를 줬다. 따뜻한 애정과 마음을 살피는 세심함, 나를 우선으로 두는 법도 친구에게서 배웠다. 일을 사랑하는 법, 일에서 나의 몸과 ..

일상의 글 2023.06.21

Just One 10 MINUTES

시간 제한이 있는 글쓰기를 하는 것은 즐겁다. 짧은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우다다 써내려가는 글들. 너무 많은 글들의 공해여도 괜찮다. 검열하지 않으려고 쓰는 것이 쓰는 것이니까. 마음의 두려움을 뚫고 쓴다. 부족함을 드러내기에 글만큼 투명한 것이 없다. 부족함이 훤히 보이고, 생각이 훤히 보이는 그런 글을 쓴다. 오늘 하려고 했던 수많은 일들 중 늦잠 자느라 제대로 한 일이 없어서, 글을 쓴다. 오늘은 늦잠을 잤고 처리하려고 했던 여러가지 일들을 어제에 이어서 또 못했다. 그냥 그런 일상을 살고 있는 나를 보려 글을 쓴다. 별 것 아닌 것들을 쓴다. 별 것 아닌 일상, 별 것 아닌 나를 그대로 글에 담는다. 어떤 의미가 있나, 의미가 없어도 그냥 쓴다. 이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 내가 너..

일상의 글 2023.05.03

괜찮다가도 비겁하다가도

뚫고 지나온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다. 말 많은 피곤한 사람으로 느껴졌다가,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바보 겁쟁이로 느껴졌다가 한다. 일에 대한 마음이 그렇다. 마음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너무 지친다. 그만 말하고 싶다. 더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음인데, 조금이라도 알아줄 기색을 비치는 친구들에게 또 하염없이 말한다. 말하는 나를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내 눈이 제 3자의 눈이 되어서 나에게 말하는 것 같다. 그만 말 했으면 좋겠어.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들. 미주알 고주알 욕하는 이야기들. 싫은 것을 왜 싫다고 말하지 못할까. 싫어하기도 힘들고 싫은 걸 싫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왜 싫은지 설명하는 것도 싫다. 으아아아아아. 신승은님의 신곡 내 안의 폭주족이 생각나는 ..

일상의 글 2023.05.03

#2. 나와 당신만 알기는 너무 아깝다.

아침엔 화내고 오후엔 울다가 저녁엔 웃는 것은?정답 : 나. 새벽에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출근했다. 말이 잘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내가 비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살펴보았다. 누군가 읽게 될 글이라고 생각하니 오탈자를 고쳤다. 내가 쓴 글로 인해 나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조직에 속해 있는 활동가가 내외부의 이야기를 소상히 말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무도 읽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군가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을 먹고 쓴 글임에도 두려운 마음도 함께 일었다. 출근하자마자 날 입후보에 추천하였던 전주여성의전화의 전 대표님이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하였는데, 난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선생님에게 전북여성단체연합의 대표로 가지 ..

일상의 글 2023.05.02

충전해야할 것들

집에는 충전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핸드폰, 태블릿 pc, 노트북,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스피커, 무선이어폰, led 시계, 빔프로젝터, 무선청소기, 보풀제거기, led체중계, 무선마우스, 물 치실까지. 매번 무심한 내가 충전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다. 퇴사 후에 나는 집에서 누워있거나 앉아있는다. 하루 일과는 밥 먹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뭐 그런 자잘한 것들이다. 글도 조금 쓰고 책도 조금 읽고 운동도 조금 한다. 많이도 못하고 조금 하다가 다시 앉거나 누워있는다. 출근을 할 땐 어땠냐면, 매일 해야 하는 일들 500개들 속에서 한 5개나 쥐어짜서 10개쯤 해 내는 기분으로 살았다. 출근할 때도 사무실에서 계속 앉아있다가 집에 오면 누워있던 것은 똑같은데, 지금은 밥을 좀 더 잘 챙겨 먹고, 집을 ..

일상의 글 2023.04.24

기록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글을 쓰는 마음은 그렇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쓴다. 잊어버리고 없어진 것이 될 것들을 위해 쓴다. 지난 2월에 쓴 글 는 내가 블로그에서 쓴 글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읽은 글이 되었다. 대부분 나의 일상적인 고통의 감상들이 담긴 글 속에서 누군가에게 ‘읽힐 것’을 상정하고 쓴 유일한 글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정말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읽은 것 같다. 마치 대단한 무엇이라도 된 것처럼 누군가 읽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고, 나의 글을 통해 함께 분노해주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기도 했다. 사실 나만 알기는 아까운 일들이 2월 한 달 간은 매일매일 일어났던 것 같아서 하루하루의 기록을 적고자 하였으나, 나에게 너무 고통이여서 담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 쏟아지는 말들과 고통을 그대로 글로 쏟아내다가..

일상의 글 2023.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