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5

말 안하는 고등학생 1학년 아이와 살아가는 방법

최근 ‘내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심리학에서의 개념인데, 누구나 자기 자신 안에 아이가 한 명 있다고 한다. 내가 부지런히 나이 먹는 만큼 내면아이도 함께 성숙해지면 좋겠지만, 자아가 성장하지 못하고 멈춰있으면 나의 실제 나이와는 상관없이 내면 아이는 그 때에 머물러있다. 내면아이가 6살이라면 그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데리고 다니며 내면아이를 키워야한다고 했다. “너무 가혹한 양육이야!”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소리지르며 도망가고 싶었다. 내면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한동안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가 어제 나의 내면아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해야하는 것들은 모두 미뤄두고, 불쾌하다고 느끼면서도 청소를 시작하지 않았다. 나 도대체 왜 이러니, 너 도대체 왜 이러니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

일상의 글 2021.03.02

감정의 제목

오늘도 엄마와 한 시간 남짓의 통화를 했다. 저녁을 먹고 핸드폰을 넋 놓고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다가 오들오들 떨릴 만큼의 추위를 느꼈다. 침대로 가서 온수매트를 켜고 옆으로 쭈구려 누웠다. 샤워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편히 이불 덮고 누울 수는 없어서 시린 발만 이불 속에 넣어뒀다. 눈으로는 SNS 글을 읽고, 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가게 두었다. 나의 감정을 다하여서 엄마의 감정을 헤아리고 이해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하고 싶지 않았다. 난 답답함과 화, 짜증이 순서없이 앞다투어 섞여있었다. 흘려들으려 해도 다 흘러가지 않은 말들은 남아있다. 시작과 끝은 오빠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 사이에는 - 토요일 상담이 끝난 뒤 통화했을 때 보다 너의 기분이 나아보인다. 그때는 ..

가족이 회복되길 바라는 엄마와 가정폭력범은 빨리 죽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지난 밤에 엄마와 1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사실 거의 매일 1시간씩 엄마와 통화하는 데 시간을 썼다. 1년에 1시간도 통화하지 않고 살았지만 최근에는 정서적인 돌봄노동을 하고 있다. 가끔 너무도 지치고, 한 번씩 나를 삼킬 듯이 이는 분노 때문에 너무 힘들다. 어제의 긴긴 통화의 골자는, 나는 각자 개인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엄마는 가족이 회복되길 바라는 건 58살과 61살에게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엄마와의 대화는 하나씩 포기하는 과정이다. 1시간이 아니라 24시간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었던 때도 있었다. 그 땐 엄마에게 더 너그러이 굴었다. 나의 정신적인 에너지가 날카롭게 곤두 서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완벽히 냉정하게 생각하는게 가능했다. 안전을 위해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무엇을 원하고 바라야 하는지 모르겠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지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마음 먹은 날도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요새의 기분은 내가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걸 원하는 건 욕심일까, 얻지 못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나를 더 괴롭게 하는 걸까, 이것 저것 드는 생각들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싶은데 만족하는 것이 날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많은 것을 바라고 많은 것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이 더 행복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모든 과정에서 오가는 생각과 마음들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일상의 글 2021.02.17

퇴근 후에 누워만 있었다.

영상촬영을 하려고 장비를 빌리러 다녀왔다. 자가용 없이 이동하기엔 너무나 멀고 힘든 여정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조금 피곤해졌다. 무료로 장비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좋지만 교통비와 시간을 생각하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의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과 돈이 아까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슬프게도 돈을 물려받지 못하면 돈에 대한 태도만 물려받게 된다. 많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구질구질함이 나의 마음을 꾸깃하게 만든다. 정말로 죽고 못살만큼인 것도 아니면서 작은 성냥갑 같은 마음 속에서 사는 것. 그 마음을 의식하고 바라보는 것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싫다. 저녁을 열심히 차려먹었지만 핸드폰을 보며 하염없이 누워만 있었다. 정말 글을 쓰기 싫었는데 글을 쓰고 싶었는지 쓰고 있다. 아무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