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4

나이는 스물여덟살이고요, 진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에 와서 줌 강의를 켜놓고 저녁밥을 하고, 밥이 지어지는 동안 갑자기 우당탕 냉장고 청소를 하고, 말라가는 가지를 보고는 갑자기 가지튀김을 해 먹었다. (그리고 기름이 튀어 난리가 난 주방을 청소했다.) 이 정도의 의지가 있는 날에서야 글을 쓴다. 평소엔 사먹거나 배달하는 게 싫어서 꾹 참는 수준이다. 퇴근을 하며 생각했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는, 그러다가 아침을 맞는 시간에는 도저히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또 출근해서 일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조금은 잘하는 것 같은 기분도 느낀다. 심지어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조금 남아있어서 놀라울 따름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 백수시절,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썼다. 1년 뒤 나에게 쓴 편지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

일상의 글 2021.07.06

퇴근 후에 누워만 있었다.

영상촬영을 하려고 장비를 빌리러 다녀왔다. 자가용 없이 이동하기엔 너무나 멀고 힘든 여정이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조금 피곤해졌다. 무료로 장비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좋지만 교통비와 시간을 생각하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의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과 돈이 아까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슬프게도 돈을 물려받지 못하면 돈에 대한 태도만 물려받게 된다. 많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구질구질함이 나의 마음을 꾸깃하게 만든다. 정말로 죽고 못살만큼인 것도 아니면서 작은 성냥갑 같은 마음 속에서 사는 것. 그 마음을 의식하고 바라보는 것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싫다. 저녁을 열심히 차려먹었지만 핸드폰을 보며 하염없이 누워만 있었다. 정말 글을 쓰기 싫었는데 글을 쓰고 싶었는지 쓰고 있다. 아무것도 ..

‘아이고 죽겠다’하다가 죽으면 너무 억울하겠다

일이 많아서 주말에 출근을 해야할 상황이었다. 금요일 퇴근 전엔 구슬픈 ‘주말출근타령’을 부르며 퇴근했다. 주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나게 빨리 지나갔는데, 토요일을 힘내서 보내고 일요일은 하루종일 잠을 자며 보낸 것 같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까지 잠을 못들어서 새벽 5시 쯤에 잠들었다. 주말에 출근해서 일하려던 것을 하지 않고 지나갔기 때문에 아침에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일을 했다. 그럼에도 당연히 일은 다 안끝났고, 나는 혼자 남아 야근을 했다. 정말 일을 다 안끝내면 집에 못 간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빨리 끝내고 빨리 갈 생각으로 밥도 안먹고 카스테라 과자 2개와 견과류 믹스 한 봉지를 먹고 일했다. 일을 하면서 아이고 죽겠다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아이고 죽겠다.”..

일상의 글 2021.01.28

미루기에 진심인 사람

어제가 되어서야 2021년 다이어리를 샀다. 1년을 살 준비를 21일이나 지나고서 한 사람. 미룰 수 있는 건 최대한 미루는, 미루기에 진심인 사람. 스스로 좀 웃음이 났다.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지만 지난 주에만 해도 3일 정도 글을 쓴 것 같다. 이유야 다양하지. 그런데 이렇게 살아서는 서른살에 예술가가 되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1시간의 점심시간 중에 글을 쓰고 있다. 오전엔 정신없이 회의를 하고 점심을 먹었고, 지금이 되었다.퇴근 후엔 영상스터디모임을 갈 예정이다. 영상편집도 미뤄두어서 지난주에 한 것에서 하나도 진전이 되지 않았다. - 다들 외근, 연차여서 혼자 사무실이었다. 흥얼흥얼 작사작곡 워크샵에 참여했던 경력으로 주말출근 타령을 불렀다. 주말출근 당첨인..

일상의 글 2021.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