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애정이 더 클 때에는 나의 마음과 체력을 바닥까지 긁어서 사용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결과가 좋았냐 하면, 그렇지는 않아서 나는 어디에 내 마음과 체력을 쏟았던 걸까 알 수가 없어진다.
고통의 파고를 넘고 넘으면서 나를 깨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사람의 몸과 마음이란 얼마나 약한가 하면, 아주 작은 것에도 아주 천천히 망가질 수 있다.
어제는 일을 조금 했고, 외근 후에 퇴근을 해서 퇴근을 일찍했다.
오늘은 많은 에너지에 비해 일을 하기 싫어 꾸물대다가, 저녁 늦게까지 일을 했다.
어제는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있었다.
오늘은 마음과 체력을 바닥까지 긁어서 쓰지는 말아야지 다짐하며 퇴근을 했는데 알 수 없이 비참한 기분까지 들었다.
야근을 더 많이 하면 일을 좀 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물리적 시간을 더 투자하니 조금이라도 더 낫겠지 싶다.
하지만 예전엔 잘하고 싶은 마음 또는 내가 1인분의 몫을 못하는 것 같은 마음 때문에 당연하다 여기며 했던 일을 지금은 못하겠다.
마음이 가물어가는 것 같다.
일과 나를 거리두면서 조금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일을 잘 못하고 있으니 이것도 틀렸나 싶다.
도무지 어떤 방법이 책임감 있는 방식인지 모르겠다.
일하다보면 목이 타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스트레스를 잘 다루지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능률이 좋을 수 있는 스트레스와 성취 사이의 중간의 적당한 지점을 찾을 수는 없는건가.
잘하고자 하는 마음과 더 쉬고싶은 마음,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나를 잃고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오간다.
그 사이를 오가는 것 자체가 내 속을 타들어가게 만든다. 어느 것 하나 편안한 지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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