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6

눈물을 말릴 시간이 필요해

오늘은 몇 주만에 상담에서 많이 울었다. 지겹고, 재미없고, 가기 싫은 몇 주간의 상담을 지나 만나게 된 시간이다. 상담을 받으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약하고 힘이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상담은 언제나 나의 약함을 알아가고 인정하는 과정인 것 같다. 나는 다른 사람의 애정을 원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다. 인정하기 싫었던 것들을 인정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언제나 독립적이고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렇게 믿으려 노력해왔던 것 같다. ‘난 혼자서도 잘 하는 사람이야’라는 나의 생각에 맞게 행동하려고 애써왔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진짜 강한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개그맨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놀리는 상황을 개그..

일상의 글 2021.04.18

어떻게 지냈냐고 물으신다면

2~3주를 내내 누워지냈다. 하루에 한 가지 일정 밖에 할 수가 없어서 출근과 퇴근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겨우 씻고 겨우 밥을 먹었던 것 같다. 일이 너무 힘들거나 지쳐있던 것도 아니었는데도 그런 상태였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걸까, 계속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어떻게 하지 스스로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목 뒤에 멍울이 생기더니 하루 사이에 귀 옆 뒤통수까지 부어올랐다. 병원에 가보니 임파선염이라고 해서 일주일 간 약을 먹었다. 그 다음 주엔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지었다. 기력이 너무 없어서 약을 지으러 왔다고 하니, 한의사 선생님이 ‘아무 것도 안해도 가장 건강할 나이’인데 맥도 약하고 소화기능도 떨어져 있다는 진단을 내려주셨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나타나는 전..

일상의 글 2021.04.12

말 안하는 고등학생 1학년 아이와 살아가는 방법

최근 ‘내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심리학에서의 개념인데, 누구나 자기 자신 안에 아이가 한 명 있다고 한다. 내가 부지런히 나이 먹는 만큼 내면아이도 함께 성숙해지면 좋겠지만, 자아가 성장하지 못하고 멈춰있으면 나의 실제 나이와는 상관없이 내면 아이는 그 때에 머물러있다. 내면아이가 6살이라면 그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데리고 다니며 내면아이를 키워야한다고 했다. “너무 가혹한 양육이야!”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소리지르며 도망가고 싶었다. 내면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한동안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가 어제 나의 내면아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해야하는 것들은 모두 미뤄두고, 불쾌하다고 느끼면서도 청소를 시작하지 않았다. 나 도대체 왜 이러니, 너 도대체 왜 이러니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

일상의 글 2021.03.02

감정의 제목

오늘도 엄마와 한 시간 남짓의 통화를 했다. 저녁을 먹고 핸드폰을 넋 놓고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다가 오들오들 떨릴 만큼의 추위를 느꼈다. 침대로 가서 온수매트를 켜고 옆으로 쭈구려 누웠다. 샤워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편히 이불 덮고 누울 수는 없어서 시린 발만 이불 속에 넣어뒀다. 눈으로는 SNS 글을 읽고, 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가게 두었다. 나의 감정을 다하여서 엄마의 감정을 헤아리고 이해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하고 싶지 않았다. 난 답답함과 화, 짜증이 순서없이 앞다투어 섞여있었다. 흘려들으려 해도 다 흘러가지 않은 말들은 남아있다. 시작과 끝은 오빠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 사이에는 - 토요일 상담이 끝난 뒤 통화했을 때 보다 너의 기분이 나아보인다. 그때는 ..

가족이 회복되길 바라는 엄마와 가정폭력범은 빨리 죽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지난 밤에 엄마와 1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사실 거의 매일 1시간씩 엄마와 통화하는 데 시간을 썼다. 1년에 1시간도 통화하지 않고 살았지만 최근에는 정서적인 돌봄노동을 하고 있다. 가끔 너무도 지치고, 한 번씩 나를 삼킬 듯이 이는 분노 때문에 너무 힘들다. 어제의 긴긴 통화의 골자는, 나는 각자 개인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엄마는 가족이 회복되길 바라는 건 58살과 61살에게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엄마와의 대화는 하나씩 포기하는 과정이다. 1시간이 아니라 24시간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었던 때도 있었다. 그 땐 엄마에게 더 너그러이 굴었다. 나의 정신적인 에너지가 날카롭게 곤두 서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완벽히 냉정하게 생각하는게 가능했다. 안전을 위해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