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쓰는 일기는 글자가 쓰여진 순간부터 지울 수 없는 완성된 글이 된다. 일기를 쓰려 마음을 먹고 실제로 쓰기까지 하는 날이라면 그 날은 아무리 졸려도 어쩔 수 없이 문장을 마쳐야 하는 날이다.
반면에 하루에 하나의 글을 쓰겠다는 호기로운 마음을 사라지고 자판을 또각일 마음도 없어서 막막한 오늘과 같은 날도 있다.
둘러보니 지난번 글도 완성하지 못한 채 멈춰두었다. 타이핑을 멈추는 것은 펜을 멈추는 것보다 쉽다.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것은 가능하면 모든 것을 미루고 싶어하는 나의 습성과 닮아있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고만고만한 글인데도 왜 어떤 것은 쉽게 밖으로 꺼내놓게 되고, 어떤 것은 마무리를 짓지 못해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있을까.
글을 쓰려면 생각을 해야한다. 그것이 너무나도 싫어서 피하고 있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모아 내가 아닌 것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 같다. 혹여라도 생각, 그것도 나에 대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될까봐.
직면하지 않는 마음은 쉽고, 편안하고,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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